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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 손 거친 기술들, 기업과 산업현장에서 활용한다!
- 등록일 : 21-05-27
- 조회수 : 3413
[발명의 날 기념] 지적재산권 보호 숨은 조력자 '변리사 3인방'
연구자 경상 기술료 보상비율 높이고, 링킹랩 사업으로 출연연 기술 상용화 끝까지 책임
"세금 낭비 줄이고 특허 활용률 높이기 위한 절차 개선"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대학이 보유한 연구성과가 기업으로 이전돼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부터 기술발굴, 이전, 수요자 타겟 제품화, 시장진출까지 꽤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1~2년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도 아닌 데다, 기술이 기업에 이전됐다 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사업화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연구자들 사이에서 사업화라는 꽃을 피우는 일이 어려운 일로 꼽히는 이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술이전과 상용화를 지원하는 조력자들이 있다. 연구자의 성과를 특허로 보호하고, 기업기술 이전을 돕는 TLO(기술 이전전담) 조직의 변리사들이다.
출연연은 2000년대 중반부터 지적재산권과 기술이전 중요성을 깨닫고 전담 변리사를 두기 시작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도 1명의 변리사를 시작으로 ▲과학·소재 ▲바이오 ▲기계·전자 등 3명의 변리사가 상주 중이다.
변리사는 연구개발 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기술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적재산권 출원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고, 연구성과가 사장되지 않도록 연구자와 긴밀하게 움직이며 기술 이전하는 등 연구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다. 5월 19일 발명의 날을 기념해 출연연의 숨은 조력자 KIST의 변리사 3인방(배영심, 변지형, 신성철)과 이삼규 연구성과확산팀장을 만났다.
왼쪽부터 신성철 변리사, 배영심 변리사, 이삼규 연구성과확산팀장, 변지형 변리사
"변리사 손 거친 기술들, 기업과 산업현장에서 활용"
기계·전자를 전공한 신성철 변리사는 KIST 근무 기간이 가장 오래된 최고 선임자다. 그의 손을 거쳐 지적재산권 권리를 보호받은 기술만 수백건이다.
신 변리사가 꼽은 가장 의미있는 기술은 하헌필 박사팀의 '저온 탈질촉매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고온을 쓰지 않아 에너지 비용도 대폭 절감하고 미세먼지 발생도 줄인다. 미세먼지 이슈가 큰 화두로 떠오르기 전부터 연구·개발해 기업에 이전했다. 현재 포스코와 두산엔진 시설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KIST의 대표적 기술 이전사례로 교과서에도 실려 신 변리사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 외에도 그는 이택진 박사팀의 'LTE 기반 측위 기술'이 기억에 남는다 꼽았다. 카카오그룹에 기술이전을 완료했고 카카오 내비게이션에 기술이 적용돼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용 중이다.
길 안내 서비스는 GPS와 와이파이 신호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GPS는 고가도로와 지하, 고층 건물 사이에 신호 통과가 안 돼 위치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와이파이는 신호가 잘 잡히는 곳에서만 위치측정이 가능하다. LTE는 이런 한계를 극복한 기술로 캄캄한 터널 안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신성철 변리사
배영심 변리사는 바이오와 의료기기 분야 지적재산권 보호 및 기술이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 KIST 식구가 된 지 3년 차다.
그에 따르면 바이오 관련 기술이전은 기업에서 해당 성과가 정말 약으로 출시할 수 있는지 꼼꼼한 실사작업을 거친다. 독성검사, 약물 유효성 논의, 후보물질 검증작업 등 수개월이 필요하다. 재작년 치매치료제 기술이전 기업 실사만 1년 이상 진행한 사례도 있다.
신약, 치료제개발은 상용화되기까지 짧으면 10년이 소요된다. 오랜 시간을 요구해 배 변리사의 손을 거쳐 상용화된 사례는 아직 없지만 그는 "연구자가 신념을 가지고 연구개발한 성과가 여러 검증작업을 거쳐 기술 이전되는 과정은 저에게도 굉장히 기쁜 일"이라며 "앞으로도 연구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영심 변리사
변지형 변리사는 과학 소재 관련 업무와 전북, 강릉 분원의 지적재산권 및 기술이전 업무를 전담한다. 연구개발에 관심이 많아 연구현장을 자주 찾는다는 그는 문명운 박사팀의 '나노 기름 뜰채' 기술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해당 기술은 물은 통과하고 기름만 잡는 신개념 해양오염 방제기술로 양식장이나 연안에서 기름유출사고 발생 시 차단이 가능하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연구개발 성과 중 2017년을 빛낸 성과로 선정되기도 했다.
변 변리사는 "연구자와 3년 이상 특허, 사업화 등을 오랫동안 논의했다. 해양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함께 지방을 다니며 나노 기름 뜰채로 기름도 걸렀다"면서 "현장에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밀착해서 보고 공부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변지형 변리사
"기술이전 잘하는 연구자 법칙 분명 있다!"
출연연 기술이전은 크게 두 가지로 이뤄진다. 기업이 연구자에게 직접 러브콜을 보내거나, 출연연이 시장을 찾으러 가는 경우다. 변리사들에 따르면 많은 경우 기업의 러브콜에서 기술이전이 시작된다.
기술이전 소요 시간은 다 다르지만, 절차는 비슷하다. 기업은 출연연 기술로 정말 상용화가 가능한지 검증단계를 거치고, TLO 조직과 이전받을 기술을 특정하거나 어떤 조건으로 진행할지 구체적인 협의와 계약조건을 논의한다. 계약 체결이 완료되면 출연연 기술이 기업으로 넘어가고 기업이 주가 되어 상용화를 진행하게 되며 출연연은 기술이전 후에도 기업과 협력해 스케일업 등 추가연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KIST의 경우 연구자들로부터 기술이전 추진요청서를 접수받고 기업의 사업화 추진계획을 확인하고 있으며 이를 기초로 하여 기술이전의 적정성을 내부 심의위원회를 통하여 심의하고 있다.
배영심 변리사는 "이처럼 내부 마련된 절차가 있긴 하지만 변리사 3인이 각자 담당하는 분야가 있으니 궁금한 점은 전화나 메일 등으로 언제든 문의 달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기술이전은 어떻게 이뤄질까. 변리사들은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기업이 원하는 요구를 파악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성공을 좌지우지한다고 조언했다.
기술을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기술개발-> 개념 증명(POC, Proof of Concept)과정을 거친다. POC에는 기술개발보다 더 큰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뒷부분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출연연 기술을 꼼꼼하게 검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변리사들은 "출연연이 기업의 이런 사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철 변리사는 "기업과 연구자가 생각하는 기술 완성도의 수준, 기준격차 차이가 크다"며 "기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려하고 회사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또 연구자로서 경력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연구자들이 기술이전에 성공한다. 이런 작은 배려와 이해가 기술사업화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변리사들은 "국민 세금으로 연구개발한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기업에서도 관심을 갖는다"며 "학회발표, 논문게재, 전시회 등을 통해 정보가 공유되고, 가장 많은 기술이전이 이뤄진다"고 귀띔했다.
"기술이전 끝까지 책임! 개인평가 항목 개선한다"
이삼규 연구성과확산팀장
기술가치 평가와 기술이전 금액을 정하는 틀은 정해진 바 없지만, KIST는 50여 년 역사 속 장기간 기술이전을 해오며 나름의 규칙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객관적으로 기술가치를 평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내외부에 의뢰해 기술을 평가하기도 한다.
기술이전에 따른 성과보수는 연구소 50:연구자 50 비율로 나눈다. 최근 KIST는 연구자의 적극적인 기술 상용화 노력을 장려하기 위해 경상기술료(매출액 또는 순이익에 일정률을 곱하여 산출된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의 연구자 인센티브 지급 비율을 50%에서 70%로 확대했다.
또 기업지원을 위해 특허를 유·무상 나눔하거나, 기술료 선급금 제한금액을 완화하고, 기술이전 기업 연구자들이 KIST에서 함께 공동연구할 수 있는 '링킹랩'도 설치했다. ㈜금양이노베이션이 링킹랩 첫 사업자로 선정돼 운영 중이다.
신성철 변리사는 "최근 KIST는 연구자들이 기술료와 로열티에 집착하기보다 기업에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자는 분위기다. 기술료 문턱을 낮추고 기업 상용화 지원도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개인평가항목도 개선하고 있다"면서 "사장되는 기술을 줄이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이삼규 팀장도 "단발성 기술이전에서 그쳐 기술이 상용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기술이전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상용화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이전 업체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며 "더 나은 기술이전과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여러 연구자의 의견을 기다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