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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시대 '관점 전환' 필요하다 - KIST 이병권 前원장
- 등록일 : 2021-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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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 등에서 ‘전환’이란 용어를 쉽게 접하게 된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대전환’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자본주의 대전환, 문명의 대전환, 부의 대전환 등 서점가도 ‘전환’으로 넘친다. 사전에서 ‘방향이나 상태 등을 바꾸다’로 풀이하는 전환이 익숙한 발전·진보·혁신이란 용어를 대체해 나가는 이유는 무얼까?
우선, 코로나가 덮친 혼돈의 시대에 사회가 큰 기로에 서 있다는 인식에 기인할 것이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지속 가능성’ 때문이 아닐까. 오랜 기간 과학과 산업의 영역에서 발전·혁신은 기존 체제를 부수면서 진보하는 파괴적인 경향을 보여 왔다. 토머스 쿤은 이를 ‘과학혁명’으로,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로 설명했다. 기존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이 누적되면 새로운 학설의 등장으로 대변혁을 맞는다. 수많은 기술과 제품은 새로운 혁신이 만드는 질서와 생태계 속에서 재편되고 소멸돼 왔다. 하지만 전환은 기존 체계와의 대립적 발전보다는 보완적 진보의 취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아주 긴 맥락에서 보면 인류의 역사는 거대한 전환의 역사였다. 원시시대부터 사용한 불의 관리 방식과 나무·석탄·석유 등으로 이어진 연소원의 대체는 다름 아닌 에너지 전환의 과정이었다. 디지털의 기원도 짧게는 모스부호와 튜링머신에서, 길게는 고대 남미 원주민과 중국 주나라 때부터 사용됐다는 봉화에서 찾는 학자들도 있다. 2진법을 완성한 라이프니츠가 주역의 음양사상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꺼짐과 켜짐이란 단순한 원리는 그 시대의 지식·기술과 접목되면서 인류의 삶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전환이란 사회적 현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전환의 과정’을, 사회적 요구(landscape)가 만들어낸 거대한 압력이 기술적·제도적 돌파구를 여는 동인으로 작용해 기존 방식에 균열(niche)을 만들면서 전환의 방향을 이끌어갈 새로운 체계를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이미 압력은 임계점을 지나고 있다. 이제는 균열을 만들 시발점(triggering point), 즉 게임 체인저를 찾고 체계 형성을 가속화할 정치·제도·문화적 인프라와 공감대 구축이 시대적 과제로 등장했다.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과학기술, 경제사회 시스템은 상상을 ‘가능(availability)’하게는 했지만, 이상을 ‘지속 가능(sustainability)’하게까지는 하지 못했다.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등이 사회의 핵심 어젠다로 등장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전환의 시대는 관점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최근의 디지털 전환의 본질은 기존 것을 대체·파괴하기보다는 아날로그에 지능이란 생명을 불어넣는 데 있고, 수소경제로의 전환도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탄소 자원 의존도를 낮추는 데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기대한 것과 배치되고 모순되는 결과가 나타나는 어떤 현상에 종종 역설이나 저주라는 단어를 붙여 설명하곤 한다. 성장·자원·혁신 등의 단어에 주로 사용된다. 기후변화와 양극화는 자연과 사회를 덮친 수많은 대립적·배타적 성장과 혁신의 역설이 낳은 산물이다. 전환은 역설과 저주의 시대를 극복하고 넘어서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이것이 피지컬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엔진 시대에서 모터 시대로, 그리고 탄소의 시대에서 수소의 시대로 바뀌는 이 시점에 우리가 전환의 관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출처 :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52801033311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