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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라운지] 의사 등 전문가들이 꼽은 ‘인류 건강에 기여한 No.1 기술’은?
- 등록일 : 20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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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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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인류의 건강에 가장 획기적으로 이바지한 기술은 무엇일까? 백신? 마취? 항생제? 2007년 영국의학저널(BMJ)은 의사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질문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는 우리가 예상했던 의학 기술들이 아니었다. 상하수도 기술이 인간의 수명을 30년 이상 연장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언제부터인가 기후 위기,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과 같은 용어가 국내외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10년간 여러 가지 형태의 기후·기상 변화를 경험해 왔다. 문제는 앞으로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의학 기술 아닌 상하수도 기술이 인간의 수명 30년 이상 연장시켜
먼저 물과 관련된 다양한 기후변화의 영향과 원인을 살펴보자. 기후변화는 그 원인과 영향이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는다. 물과 관련한 기후변화 역시 다르지 않다. 특히 전 세계 경제와 산업 활동의 상황이 꼬인 그물처럼 복잡하게 연계돼 나비효과를 내고 있다. 작년 대만은 반세기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대만 반도체 제조사인 TSMC가 사용하는 물의 양만 하루 16만t에 달한다. 이는 올림픽 정식 수영장 6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기후 위기는 직접적으로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위협해 경제에 피해를 줬다. 피해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만산 반도체에 의존하는 애플, 테슬라 등과 같은 글로벌 공룡 기업에도 심각한 경제적 영향을 줬다. 이는 세계적 반도체 기업 2개를 보유한 우리나라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일은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함께 수자원의 다원화가 필요하다. 구름층이 형성돼 있는 대기 중에 비의 씨(cloud seed)를 뿌려, 특정 지역에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인 인공강우는 1946년부터 연구가 시작돼 현재 40여 국에서 기술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는 국립기상과학원과 다양한 융복합 기술을 보유한 KIST 같은 출연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다. 수자원의 다원화와 더불어 필요한 시기에 충분한 양의 물 공급을 위한 저장 기술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 팬데믹 때도 하수도 통해 바이러스 추적하고 대확산 막아
하수 처리 기술 역시 대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하수 처리는 산화·환원의 반복 반응에 의존하는 에너지 네거티브 기술이다. 유기 오염물질로부터 수소를 생산하고 남은 부산물은 탄소 소재로 전환하거나, 암모니아성 질소를 수소와 질소 가스로 전환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는 기술개발 연구가 물 분야에서도 시작돼야 한다.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은 물 환경 부문에도 큰 변화를 줬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대소변을 통해 바이러스를 배출한다. 여러 지점의 하수도에서 하수를 채취해 바이러스 발생 지역을 추적할 수 있고, 지역사회 분석을 통해 대확산을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팬데믹 현상으로 주목받은 하수 역학을 활용해 하수를 모니터링하면 감염병 확산 방지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건강, 약물 남용 등 사전 예방적인 공중보건에도 효과적이다.
앞으로 더욱 다양하게 변화할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이는 데 있어 물의 역할이 작지 않다. 앞으로 100년 후에도 같은 고민을 거듭할 인류에게 묻고 싶다. ‘행복하고 건강한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자원이 무엇인가?’ 작금의 설문처럼 우리 미래 세대의 답변도 계속 ‘물’이기를 기대한다.
[홍석원 KIST 물자원순환연구단장]
출처: 조선일보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