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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전략
- 등록일 : 202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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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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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KIST 원장
이른바 전략기술을 놓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추격에 미국은 '반도체 과학법'을 제정하고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단행하는 등 양국 간의 패권 다툼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비단 반도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인공지능, 6세대 이동통신, 양자기술, 첨단 소재와 우주 분야까지 미래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은 소리 없는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나라도 모든 전략기술을 선도할 수는 없다. 우리 연구개발 투자는 전 세계 5위 수준이다. 국토와 인구,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분명 적지 않은 투자지만, 미국의 투자액에 비하면 15% 남짓한 규모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경쟁자들을 생각하면 거인 골리앗에 맞서야 했던 다윗의 처지가 남 같지 않다. 그렇다면 미래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우리의 전략은 무엇인가?
기술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첫째다. 2019년 일본은 반도체 공정 필수 물질인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지만 실패에 그쳤다. 우리 산업계와 정부, 연구기관이 힘을 모아 재빠르게 일본 기술을 대체하는 공급망을 복원해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기를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 과학기술의 잠재력(potential) 덕분이었다. 적시에 기술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전략기술 로드맵의 치명적 공백(critical missing block)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행-후행-연관 기술에 대해 촘촘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치경제적 지형이 바뀔 때, 효과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만약 다윗이 골리앗의 덩치에 맞서 칼과 갑옷으로 대적하려고 했다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둘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전략기술 분야를 선도할 수는 없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선도적 지위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미래 경제·사회적 영향력이 더욱 커질 분야가 선택과 집중의 대상이다. 양자컴퓨팅과 탄소중립 대응 기술이 대표적 예라고 본다.
양자기술은 대표적인 미래 산업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꼽히고 있고, 탄소중립 구현은 그 어느 국가도 등한시할 수 없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재편 규칙이 될 터이기 때문이다. 한편 병목현상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 기술은 유사시 빠른 추격을 도모할 수 있도록 개발 여력과 자원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다윗은 개울가에서 매끄러운 돌멩이 다섯 개를 고르고 무릿매끈 하나를 들고 골리앗 앞에 섰다. 갑옷의 단단함과 칼부림의 묵직함이 아니라 무릿매질의 정확도로 승부를 걸었다. 세계적 저술가 맬컴 글래드웰은 거인을 이기는 방법을 다룬 자신의 저서 제목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뽑았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임하는 우리의 전략도 다윗을 닮아야 하지 않을까.
출처: 매일경제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