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ult
게시물 키워드""에 대한 9495개의 검색결과를 찾았습니다.
3D 프린팅으로 인쇄하는 자유형상 초소형 리튬이온전지 개발
- 반 고체형 겔 전해질 개발로 집전체부터 패키징까지 배터리 소재를 자유롭게 인쇄한 리튬이온전지 개발 - 사물화 인터넷, 센서, 의료삽입형 기기의 초소형 에너지원으로 사용 기대 IoT 디바이스, 생체로봇, 삽입형 의료기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됨에 따라 개인화된 작은 기기에도 전원 공급이 가능한 자유형상 초소형 리튬이온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휴대기기, 전기차 등에는 원형 또는 사각형 등 매우 정형화된 디자인의 리튬이온배터리가 사용되고 있었으며,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는 금속 집전체를 사용하여 매우 무겁고, 가연성이 있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 이를 넘어 사용자 맞춤형 초소형 기기 설계 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모양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소프트융합소재연구센터 정승준 박사팀이 서울대 화학부 임종우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가벼우면서 디자인 자유도가 높고, 개인화된 작은 기기에도 도입할 수 있는 자유형상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본 연구에서는 집전체부터 패키징까지 모든 배터리 소재를 3D 프린팅 공법을 이용하여 자유롭게 인쇄한 리튬이온전지를 제작했다. 이를 위해서는 고해상도로 안정적인 패턴 형성이 가능한 배터리 소재 잉크 개발이 필수적인데, 기존의 액체 전해질 혹은 반고체 겔 전해질 연구에서는 잉크의 유변학적 특성 제어가 어려워 고해상도 패턴을 형성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두 개의 고분자 비율을 조절함으로써 밀리미터 (mm) 이하의 고해상도 패턴 형성과 높은 이온전도도를 동시에 만족하는 반고체 겔 전해질 개발에 성공했다. 또한 무거운 금속 집전체를 가벼우며 전기 전도성이 높은 금속 나노 입자 잉크와 고분자 잉크로 대체하여 집전체를 구현하였다. 그 결과 배터리에 필요한 모든 소재를 3D 프린팅으로 인쇄할 수 있었고, 기존 배터리가 적용될 수 없었던 공간에 형태의 제약 없이 기기에 집적화되어 전원을 공급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개발한 프린팅 배터리는 사물화 인터넷, 센서, 의료삽입형 기기 등에서 필요한 수 mAh의 용량을 달성하였다. 연구를 주도한 KIST 정승준 박사는 “본 연구에서 개발한 리튬이온전지는 기존의 배터리가 적용되기 어려운 3D 형상의 자유형상 기기, 의료 삽입형 기기, 소형 로봇 분야 부분에 에너지 공급원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라고 밝혔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의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과 국가핵심소재연구단(특화형)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Energy Storage Materials (IF 20.831, JCR 상위 4.203%)에 게재되었다. * (논문명) High-performance, Printable Quasi Solid-state Electrolytes Toward All 3D Direct Ink Writing of Shape-versatile Li-ion Batteries - (제 1저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배준호 학생연구원 - (교신저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승준 책임연구원 / 서울대학교 화학부 임종우 교수 (논문 DOI) https://doi.org/10.1016/j.ensm.2023.02.016 [그림 1] 본 연구에 사용된 높은 이온전도도를 가지며 모양 형성이 우수한 반고체형 겔 전해질(왼쪽), 기존의 상용 액체 전해질 (오른쪽) [그림 2] 1센트보다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 기판 위에 올라간 12개의 마이크로 프린팅 배터리 (빨간색 사각형안)
역사상 가장 큰 부의 대물림 시대, 기성세대가 물려줘야 할 진정한 자산
KIST 김진상 전북분원장 미국에서는 향후 20년 동안 미국의 모든 부와 자산의 약 57%를 보유한 베이비 붐 세대(1946~1964년생)에게서 현재 성인이 된 X세대(1965~1980년생)와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의 자녀에게 최대 68조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 이전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데, 2020년 연령별 가구 평균 자산 자료를 보면 5~60대의 자산은 평균 5.8억원으로 2~30대의 자산 대비 2.2배 정도이다. 비록 한국의 세대 간 자산 차이는 미국보다 작지만, 현재의 50~70대는 유사 이래 한반도에 거주했던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자산을 축적한 세대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도 전무후무한 거대한 자산의 대물림이 일어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일제강점기 이후 6∙25를 거치면서 확산한 평등사상과 능력주의로 인해 과거 신분제 시절의 상징이었던 자산의 대물림은 대폭 약화되었다. 실제로 현재 60대 이후의 노령층 사이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맨주먹으로 일군 성공 신화가 빈번히 회자되곤 하였다. 그러나 점차 세대 간 부의 격차가 커지면서 부의 대물림은 다시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하위 10% 계층이 평균 소득 계층으로 진입하는데 무려 다섯 세대의 시간(=150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사회가 부의 세습이 낮은 사회에서 높은 사회로 옮겨가고 있다는, 다시 말해 계층 간 이동성이 낮아지고 세습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다. 영화 《친구》에서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라고 물으시며 학생을 혼내는 선생님의 모습으로부터 우리 사회에서 고착된 계층의 사다리를 떠올리며 씁쓸함을 느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청년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제1 조건이 부모의 재력일까?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 ‘영끌’과 같은 비관적인 단어가 횡행하는 것, 세대 간 극심한 정치문화적 갈등이 표출되는 것, 지방도시가 소멸하는 것 모두 양태는 다르더라도 바로 이러한 계층의 고착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기후재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중 패권 경쟁 등 격변의 상황에서 맞이하게 된 고유가, 고물가 시대가 이러한 사회 현상의 가속화에 일조했을 수 있다. 하지만 성공의 제1 조건으로서 여전히 일본, 중국의 청년들은 재능을, 미국의 청년들은 노력을 꼽는다는 사실은 계층이 고착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청년 세대에게 냉혹한지를 상기시켜준다. 국민연금의 재정위기, 늘어나는 나라의 빚, 극심한 출산율의 저하로 현재 청년세대는 그 어느 세대들보다도 미래가 불투명한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자유의지와 무관하게 이미 인생의 길이 정해져 있다면 신분제도가 있었던 과거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기성세대를 비롯한 사회 지도자들은 청년세대의 생각을 가슴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고, 그들의 삶에 들어가 애환을 나누는 한편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마음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계층 간 이동이 개인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 부모의 자산보다 자신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 학연·지연·혈연으로 얽힌 연결고리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이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의 기성세대가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진정한 자산이 아닐까? 출처: 전북일보 (링크)
[매경춘추]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전략
윤석진 KIST 원장 이른바 전략기술을 놓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추격에 미국은 '반도체 과학법'을 제정하고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단행하는 등 양국 간의 패권 다툼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비단 반도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인공지능, 6세대 이동통신, 양자기술, 첨단 소재와 우주 분야까지 미래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은 소리 없는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나라도 모든 전략기술을 선도할 수는 없다. 우리 연구개발 투자는 전 세계 5위 수준이다. 국토와 인구,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분명 적지 않은 투자지만, 미국의 투자액에 비하면 15% 남짓한 규모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경쟁자들을 생각하면 거인 골리앗에 맞서야 했던 다윗의 처지가 남 같지 않다. 그렇다면 미래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우리의 전략은 무엇인가? 기술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첫째다. 2019년 일본은 반도체 공정 필수 물질인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지만 실패에 그쳤다. 우리 산업계와 정부, 연구기관이 힘을 모아 재빠르게 일본 기술을 대체하는 공급망을 복원해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기를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 과학기술의 잠재력(potential) 덕분이었다. 적시에 기술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전략기술 로드맵의 치명적 공백(critical missing block)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행-후행-연관 기술에 대해 촘촘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치경제적 지형이 바뀔 때, 효과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만약 다윗이 골리앗의 덩치에 맞서 칼과 갑옷으로 대적하려고 했다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둘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전략기술 분야를 선도할 수는 없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선도적 지위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미래 경제·사회적 영향력이 더욱 커질 분야가 선택과 집중의 대상이다. 양자컴퓨팅과 탄소중립 대응 기술이 대표적 예라고 본다. 양자기술은 대표적인 미래 산업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꼽히고 있고, 탄소중립 구현은 그 어느 국가도 등한시할 수 없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재편 규칙이 될 터이기 때문이다. 한편 병목현상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 기술은 유사시 빠른 추격을 도모할 수 있도록 개발 여력과 자원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다윗은 개울가에서 매끄러운 돌멩이 다섯 개를 고르고 무릿매끈 하나를 들고 골리앗 앞에 섰다. 갑옷의 단단함과 칼부림의 묵직함이 아니라 무릿매질의 정확도로 승부를 걸었다. 세계적 저술가 맬컴 글래드웰은 거인을 이기는 방법을 다룬 자신의 저서 제목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뽑았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임하는 우리의 전략도 다윗을 닮아야 하지 않을까. 출처: 매일경제 (링크)
[미래기술25]“양자기술, ‘제2 반도체’처럼 키워야”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정보연구단장 인터뷰 “미국과 협력해 국가전략기술로 지속적 장기투자 필요” “인재 육성, R&D 확대, 특별법 제정 등 다각적 지원도” “양자기술에 지속적으로 꾸준한 투자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제2 반도체’처럼 국가전략기술로 키웠으면 합니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양자기술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기술”이라며 “단기간 성과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한 단장은 2012년 당시 정부출연연구기관 최초로 양자 전문 연구조직을 신설한 KIST에서 양자기술 연구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양자기술 협력센터(Korea-US Quantum Technology Cooperation Center) 개소식을 열었습니다. 이는 한미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양국은 협력센터를 통해 한미 양자기술 협력 수요·파트너 발굴 및 연결, 협력사업 지원 등을 할 예정입니다. 한 단장은 “한미 양국의 이번 공동연구 협력은 큰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현재 세계적인 기술 패권을 가지게 된 것은 과거에 우주 기술 패권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향후 20~30년을 좌우할 미래기술인 양자기술에 앞서 가고 때문에, 양국 협력을 통해 노하우를 배우고 우리나라에 필요한 기술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 단장은 국가전략기술로 양자기술을 지정하는 게 1순위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가 양자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국가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가적으로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우선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한 단장은 “전방위로 다각적인 지원을 했으면 한다”며 인재 육성, 연구개발(R&D) 지원, 특별법 제정을 주문했습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현재 양자기술 전문인력은 200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양자기술에 대한 정부 R&D 투자는 2019년 106억원에서 지난해 326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수조원을 투입하는 해외에 비해 적은 실정입니다. 한 단장은 “양자기술은 격차가 벌어지면 단기간에 만회할 수 없다”며 중장기 전략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최근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를 비롯해 삼성전자(005930) 및 현대차(005380) 등 국내 기업도 부족한 양자기술 전문 연구자를 시급히 육성하는데 공감하고 있다”며 “R&D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양자기술 특별법 제정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이데일리 (링크)
“힘들었어” 한마디에 힐링 음악 틀어주는… 동반자 같은 ‘버추얼 휴먼’이 온다
KIST 인공지능연구단 임화섭 단장 [과학 라운지] 뇌 모방한 디지털 브레인 기술로 상대방 음성 인식하고 감정 읽는 ‘AI 디지털 휴먼’ 뉴질랜드서 개발 불로불사(不老不死). 이렇게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사람들을 요즘 광고나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디지털 휴먼’이다. 삼성 네온, LG 레아, 네이버 이솔, 넷마블 제나,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등 웬만한 IT 관련 대기업이나 게임 관련 업체는 디지털 휴먼을 만들어 광고와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휴먼이 이미 100명이 넘는다고 하니 이제는 디지털 휴먼 도감(圖鑑)이라도 있어야 얼굴과 이름이라도 외울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국내에서 디지털 휴먼 돌풍을 일으킨 싸이더스의 로지가 실제 연예인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며 광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지만 지금은 예전 같은 관심을 받진 못하고 있다. 머리카락이나 옷의 움직임, 사람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모두 CG(컴퓨터그래픽)로 실감나게 재현하기 어렵다 보니 자주 보다 보면 어색함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카메라, 광원, 움직임, 형상, 색상 등 모든 환경 변수를 조절해가며 장면 하나하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수작업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뉴럴 렌더링’이다. 실제 인물의 수많은 사진 영상에서 장면이 생성되는 과정을 심층 신경망으로 자동 학습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존 CG의 환경 변수로는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운 실제 환경의 복잡한 조명이나 투명하고 얇은 구조까지도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문장, 스케치, 사진 한 장으로도 새로운 사람의 영상과 동영상을 생생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데이터와 오랜 학습 시간이 필요하고 아직까지는 CG 방식에 비해 고해상도 영상을 합성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사용자가 더 쉽게 원하는 디지털 휴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연구 분야다. 디지털 휴먼은 실제 사람을 모방하는 경우는 ‘디지털 더블’,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지는 경우는 ‘버추얼 휴먼’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예컨대 디지털 더블은 오래전 사망한 옛 배우를 가상 공간으로 재현해 표정, 행동, 말투를 실제와 똑같이 모방한다. 이보다는 실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감정 표현도 하는 버추얼 휴먼이 디지털 휴먼의 미래가 될 전망이다. 실제 사람과 같은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야 한다. 주어진 질문에 앵무새처럼 같은 대답을 하거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를 연발하는 식이 아니라 같은 질문에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답하는 인공지능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뉴질랜드의 AI회사 솔머신(Soul Machines)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디지털 브레인으로 상대방 음성을 인식하고 감정도 인식해 반응하는 디지털 휴먼을 개발했다고 한다. 얼마 전 메타(옛 페이스북)에서 발표한 블렌더봇3와 구글의 람다2는 과거 챗봇의 문제점이었던 편향성과 부정확성을 대폭 개선해 인간처럼 ‘지각’이 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덧붙여 인간의 표정과 동작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기술이 융합되면 실제 사람처럼 보이면서 대화도 가능한 디지털 휴먼은 우리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나만의 디지털 휴먼 집사(執事)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편하게 쉬면서 대화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반려견이 동반자가 되는 것처럼 반려 디지털 휴먼에게 또 다른 차원의 애정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은 매우 힘든 하루였어” 한마디에 디지털 휴먼이 조명을 조정해주고 힐링 음악을 들려주는 세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출처: 조선일보 (링크)
[투데이 窓]개방과 관용으로 넘는 '저출산벽'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김현우 소장 얼마 전 프랑스와 독일로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의 목적을 해외에서 목표를 찾거나 프로그램 모방에 두지 않았다. 차세대 미래 융합연구를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글로벌 융합연구를 위한 시작점을 모색하려 했다. 출장에서 만난 연구자와 정책입안자들은 한국의 융합연구 정책과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우리 연구·개발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출장 동안 확인하고 주목한 부분은 국가라는 경계마저도 걷어낸 탁월한 개방성이었다. 개방성을 토대로 이뤄낸 성공적인 융합경험이 연구·개발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연구문화로 정착된 부분이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부러웠던 점은 지금 우리는 잃어버린 소리를 그곳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래를 여는 아이들의 소리였다. 재잘대고 웃는 소리가 공원과 박물관을 채웠다. 떼쓰는 소리와 이를 어르는 부모의 소리마저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는 듯했다. 한 세대 전 한국도 그랬다. 1980년 한국의 출산율은 2.72명이었고 프랑스는 1.96명으로 저출산 국가였다. 40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는 소폭의 등락 속에 출산율을 지켰지만 한국은 지난해 0.81명으로 급락하며 초저출산 국가로 전락했다. 총인구도 국가통계 72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특정 국가의 경제상황이 인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데이터로 보여줬다. 그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저출산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하며 한국 경제를 더 크게 걱정했다. 한국의 출산율은 가파르게 떨어져 올 상반기엔 0.75명으로 도시국가 수준을 기록했다. 게다가 1997년 IMF 경제위기로 1970년생 전후의 베이비붐 세대가 결혼을 늦추고 그새 출산율이 떨어져 에코붐 세대마저 잃었다. 한국이 직면할 경제절벽은 더 깊고 불황의 시간은 더 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리 덴트의 경고가 아니어도 초저출산 극복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지난 30년간 천문학적인 투자와 전방위 정책을 추진했다. 보육과 양육환경을 개선했고 젊은 부부를 위한 주택지원정책을 추진했으며 양성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악화일로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초저출산의 근본 원인으로 지역편중이 초래하는 청년간 심각한 경쟁을 꼽는다. 물리적 공간과 자원경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청년세대가 직면한 경쟁의 중심에 양질의 일자리가 있다. 내일을 꿈꾸고 계획할 수 없다면 미래가 아닌 생존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장세가 둔화한 기존 주력 산업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적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은 파괴적 혁신으로 가능하다 했다. 파괴적 혁신의 시작점으로서 창의적 연구라는 과학기술계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당연하다. 창의적 연구를 요구받는 연구자에게 어떤 구체적인 연구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진부하다 해도 역시 융합이다. 초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제도 측면에서 보육, 부동산, 젠더에 이민정책까지 더한 융합도 필수다. 이동 중 잠시 머문 쾰른역 앞엔 세계적인 대성당이 있다. 압도적 쌍둥이 주탑과 스테인드글라스보다 더 경외심이 든 부분은 대성당이 보유한 관용의 역사였다. 1960년대 독일은 많은 터키 이민자를 받았다. 대성당은 무슬림들이 예배를 할 수 있도록 북쪽 본당을 개방했다. 이러한 관용 속에 이민자는 독일 사회에 융합하며 스며들었고 진정한 일원이 됐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는 1991년 시작된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구전민요를 녹취해 들려준다. 사라질 운명에 처한 전통문화를 기록으로 남겼음에 안심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소리를 기록으로만 남길 순 없지 않은가. 개방과 관용을 토대로 과학기술부터 사회제도까지 융합해 초저출산을 필히 극복해야 한다. 출처: 머니투데이 (링크)
[투데이 窓]경량화 인공지능과 오감 센서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 김형준 소장 완전 자율주행차의 시범운행 지역이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 강남, 상암, 청계천, 여의도와 판교 일대를 넘어 내년에는 제주, 순천, 군산 등 전국 각지로 확대된다. 이미 상업화에 들어간 미국 32개주와 유럽연합 등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자율주행 택시와 버스 등의 상시운행은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자율운행 4단계 기술의 핵심 중 하나는 많은 전자기기를 대량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다. 다수의 자율주행차가 운행하기 위해서는 운전경로 계산 외에도 차량흐름, 도로환경, 교통신호 등 수많은 주변환경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만일 아주 잠깐이라도 지연과 단절이 발생한다면 자칫 되돌리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동차 사고는 늘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다.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는 바야흐로 목전에 다가온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를 상징하는 사례다. 초연결사회의 필수재인 사물인터넷은 센서, 소프트웨어, 인터넷으로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고 데이터를 교환하는 거대 네트워크다. 인간의 오감에 해당하는 센서들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 클라우드로 전송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클라우드가 처리할 수 있는 속도가 폭증하는 데이터 증가량을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 자율주행차, 응급의료와 같이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분야를 시작으로 네트워크 및 데이터 처리기술의 넥스트 레벨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아주 가까워졌다. 대안으로 부상 중인 기술이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의 결합체인 AIoT, 이른바 '사물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of Things)이다. 사물인터넷 센서가 수집하는 정보를 인공지능이 처리하고 분석하는 사물지능은 더 강력한 서비스와 시장을 촉발하는 초연결사회 진화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물지능의 양대 기둥 중 하나인 인공지능 기술로는 아주 적은 소비전력과 빠른 정보처리가 가능한 '경량화 인공지능'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경량화 인공지능은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과 딥러닝 분야에 적용 중인 심층신경망이 아닌 스파이킹신경망(Spiking Neural Network·SNN) 기반의 '뉴로모픽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두뇌 신경망의 동작원리처럼 외부정보를 이벤트 단위로 받아들여 그에 필요한 뉴런과 시냅스만 부분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이 매우 높다. 또 하나의 반도체에서 다양한 패턴의 데이터를 동시다발적으로 연산, 저장, 학습하기 때문에 인간의 두뇌활동처럼 초저전력으로도 복잡한 대량의 정보를 신속히 처리하는 사물지능 구현에 매우 유망한 기술이다. 아울러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 자체를 뉴로모픽으로 구현한다면 기술적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인체의 오감을 모방하는 뉴로모픽 센서기술은 최근 국내외에서 활발히 연구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초기단계로 신개념의 단위소자 기술과 적은 수의 소자 어레이에 대한 성능보고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는 경량화 인공지능과 뉴로모픽 감각기술의 사물지능 적용을 위해 데이터 집적, 시스템, 컴퓨팅 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계하는 융합연구가 한창이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 시장은 막대한 투자와 높은 기술력으로 후발주자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승자독식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뉴로모픽 감각기술을 접목한 사물지능 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과 지원이 국가발전을 넘어 생존을 좌우하게 될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시대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 중 하나가 될 것이라 믿는다. 출처: 머니투데이 (링크)
임플란트, 인공수정체, 인공관절… 생체재료는 ‘100세 시대’ 여는 열쇠
[과학 라운지] 고대 이집트서 치아 대용으로 조개껍데기 쓴 흔적 나온 것처럼 생체재료 역사는 오래됐지만 면역거부 반응 같은 한계 여전 “길어야 40년!” 어느 보험회사의 광고 카피 문구다.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60세 정도로 보이는 환자의 아들에게 의사가 해주는 말이었다. 의학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수명은 점차 길어져 이제는 기대수명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6.5%인데 2025년에는 20%, 2060년에는 4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고령화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단지 수명만 늘어나는 것이 더 이상 반갑지만은 않다. 수명은 늘어났지만, 우리 신체의 노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바야흐로 유병장수의 시대다. 통계청의 ‘2021 고령자 통계’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24.3%였다. 고령자 4명 중 3명은 자신이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전체적으로 퇴화하게 되는 것이 노화이다. 고령자가 증가함에 따라 이제는 노화로 장기(臟器)가 기능을 잃어가는 비율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생체재료는 인체에 삽입하는 의료장치, 손상된 장기나 조직을 대신하기 위한 인공장기에 사용하는 재료를 의미한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생체재료는 치과용 임플란트라고 할 수 있다. 치과용 임플란트는 치아가 결손된 부위에 생체용 금속으로 만든 인공치근을 이식해 본래 갖고 있던 치아와 같은 기능을 하도록 하는 의료기기다. 눈과 관련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꼽히는 백내장은 사물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증상이 있다. 약물로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로 치료한다. 이 경우에 사용하는 인공수정체 역시 대표적인 생체소재라고 할 수 있다. 뼈와 뼈 사이의 연골이 닳아서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인공관절을 이용하기도 하고, 연골의 재생을 위해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도 한다. 뼈를 부위별로 다른 강도로 맞춤형으로 재생시키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단한 부위에서부터 물렁한 부위까지 생체재료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생체재료의 역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 기원후 100~200년경 로마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시체에서 철로 만들어진 치아가 발견됐고, 그보다 훨씬 과거인 기원전 2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는 조개껍데기를 치아 대용으로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지금 가장 널리 사용되는 생체용 금속인 티타늄은 1950년대 이미 골접합용 소재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1965년에 최초로 환자의 치조골에 이식됐다. 이처럼 생체재료가 질병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된 역사가 짧진 않지만, 지금의 생체재료를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식에 따른 면역거부 반응,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이 퇴화되는 등 생체재료의 한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변 조직의 재생치유를 돕는 소재,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새로운 기능성을 가지는 소재들이 개발되고 있다. 환자맞춤형 의료기기를 제작하기 위한 3D 프린팅과 같은 새로운 공정기법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노화는 불가역적 현상이 아니라 진단·예방·치료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도 생체재료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를 여는 열쇠로 생체재료의 기술적 발전이 꼽히는 이유다. 3D프린팅으로 만든 인공심장으로 치유된 심장병 환자가 100세의 나이에도 42.195㎞를 완주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출처: 조선일보 (링크)
고래 싸움에서 이기는 새우가 되기 위해
윤석진 KIST 원장 시진핑 집권 3기의 중국은 과학기술 혁신과 자립을 핵심 국가 발전 전략으로 내세웠다. 국제질서 재편 능력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로 중국을 지목한 미국의 움직임에 응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주권 확보 없이는 우리나라도 생존을 모색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작금의 위기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초격차 기술, 틈새를 노리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의 개발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조역량을 갖추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이 반가운 이유이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탁월한 추격자였다. 하지만 전략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다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일례로 올해 양자기술 분야 투자액은 미국이 1조원, 중국 3조4000억원에 이르지만, 우리는 700억원 선이다. 기술력은 세계 최고 대비 63% 수준에 불과한 것이 우리 양자컴퓨팅 기술의 현주소다. 승자독식의 냉혹한 법칙이 지배하는 전략기술 분야에서 고래 싸움에 낀 새우의 형국인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묘수는 무엇일까? 스코틀랜드 출신 기계 수리공이었던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개량이 산업혁명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 있었던 정부와 산업계의 노력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임스 와트의 특허 유효기간을 이례적으로 25년이나 연장해 준 영국 의회의 조치는 와트의 증기기관이 성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또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던 와트에게 사업가 매튜 볼턴이 합류하면서 산업용 증기기관의 보급이 가능해졌다. 국가적 중요성을 갖는 기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산업계의 공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다. 증기기관의 역사가 일러주듯 위대한 기술 혁신은 정부와 민간의 합작품이다. 이번 전략기술 육성방안에서도 민관 협업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었다. 산·학·연 협력과 개방형 혁신을 통한 임계규모 한계 돌파만이 우리나라가 기술패권 경쟁의 고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묘책이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먼저 민간을 정책의 수혜 대상으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혁신의 동반자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다양한 주체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수평적 협력의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정부가 맡아야 한다. 민간 기업이 정부 연구개발 전반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한 ‘산업별 민간R&D협의체’와 같은 시도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부처 간에도 개방과 협력의 자세가 절실하다. 사업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과 칸막이는 없어져야 한다. 국가 R&D 사령탑 역할을 맡아야 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술주권 확보 관점에서 범 부처 협력을 이끌어내도록 리더십을 보여야겠다. 민간에서도 정부의 노력을 신뢰하고 정책 이니셔티브가 결실을 맺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각계 최고 전문가들이 세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목표를 포함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것이 정부의 지원전략에 정교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석탄, 방직산업이 핵심 먹거리 산업으로 부상 중이었다. 광산 갱도에서 물을 퍼올리는데 말의 힘에 의존했던 전통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증기기관 개량은 당시 고난도의 기술 과제였다. 이번에 발표된 12개 전략기술의 성패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것이다. 21세기 기술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새겨야 할 역사 속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한국일보 (링크)
신경역학, ‘600만불의 사나이’를 현실로 만드는 토대
이송주 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과학 라운지] 의학·공학 어우러진 학문으로 사지 없는 사람이 의수·의족을 생각만으로 제어하게 하는 등 ‘SF 속 기술’ 현실화하는 주역 1970년대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드라마 ‘600만불의 사나이’를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 후반에도 공중파 TV에서 방영해 많은 이들이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 대령은 비행 중 사고로 한쪽 눈과 팔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지만, 600만달러를 투입한 생체 재건 프로젝트를 통해 최초의 생체공학 인간(Bionic man)이 됐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체적 능력을 갖게 된 주인공이 국가의 비밀 프로젝트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이 드라마를 당시 시청자들은 SF(공상과학소설)로 기억하고 있다. 드라마 첫 방영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도 ‘600만불의 사나이’는 여전히 SF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을까? 오스틴 대령이 활약하던 당시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신경 역학(Neuromechanics)’이라는 학문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신경역학(神經力學)은 신경생리학, 생체역학의 개념이 결합된, 의학과 공학이 어우러진 다학제적 학문이다. 우리 몸의 간단한 동작 수행에도 신경역학의 개념이 녹아있다. 물을 마시고, 길을 걷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 몸은 다양한 물체와 상호작용을 하고, 감각 신호를 받아 이에 맞게 신체를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뇌의 신호는 어떠한지, 관절에 걸리는 힘은 얼마나 되는지, 근육이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신경역학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에 고령자 비율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이상 인구의 38.1%가 통증과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무릎 관절염을 앓고 있으며, 약 15%는 보행 능력과 신체 기능 저하로 생존율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근감소증 환자라는 통계도 있다. 고령층에게 근골격계의 원활한 기능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건강한 노년을 의미하므로 신체의 취약 부위를 평가하고 훈련할 수 있는 예방·재활 기기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된다면 노인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연구진이 병원 밖에서도 근력 강화·신경근 제어 등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 기기를 개발해 미국 FDA 2등급 의료 기기 인가를 받으며 효과와 안정성을 확인받기도 했다. 신경역학의 적용을 스포츠 분야로도 확대할 수 있다. 현대인의 삶에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들도 근골격계 부상 등에 노출되고 있다. 부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파악하고 취약 부위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연구에 신경역학의 개념을 접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운동할 때 몸에 센서를 부착해 신체 부위별 근육의 움직임 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부상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상의 신체 능력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는 맞춤형 운동 설루션을 제공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와 같은 연구들이 엘리트 체육 선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생활체육을 즐기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일반인 대상으로도 연구를 확대하는 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신경역학의 연구 분야는 로봇, 무선통신이 가능한 생체 신호 수집 센서,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기법 기술과도 접목이 가능하다. 생각만으로 기기를 조종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 속에서만 나오는 일이 아니다. 불의의 사고, 선천적 장애로 사지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생각만으로 보행 보조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 환자의 뇌에서 움직임의 의도가 있을 때 발생하는 뇌파를 비침습적인 뇌파 측정 센서를 활용해 감지하고 분석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BCI) 기술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환자는 양쪽 목발을 짚고 스스로의 생각만으로 앉고, 서고, 걷는 일을 할 수 있다. 우리의 뇌, 신경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로봇 그 자체가 의수나 의족이 되는 것도 멀지 않은 미래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신경역학은 그 가능성을 더 많은 분야로 확장시켜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연구 분야가 될 것이다. 불과 반세기 전에는 SF 드라마의 소재에 불과했던 생체공학 인간은 신경역학의 발달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개발된 다양한 기술들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조선일보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