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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탐방에 대한 문의
안녕하세요. KIST 비상보안팀입니다. 우리 원은 국가주요시설 '가'급 보안시설로서, 외부인의 업무 외 목적을 위한 출입이 불가능한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뉴욕과 보스턴의 혁신 생태계
윤석진 KIST 원장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혁신 클러스터인 ‘뉴랩’(New Lab)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과거 미국 해군 조선소였던 네이비 야드(Navy Yard)를 개조한 그곳에서 현대 세계 해전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함이 건조됐다. 1945년 9월 2일 일본이 ‘항복 문서’에 서명하며 연합국 승리의 상징이 된 미군 전함 미주리호도 거기서 만들어졌다. 미주리호는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굵직한 전투에서 맹활약했고 ‘흥남 철수작전’에도 참여해 대한민국과 인연이 깊은 전함이다. 네이비 야드는 20세기 들어 미국을 세계 패권국으로 만들고 자유 진영을 지켜낸 수많은 전함을 건조한 곳이다. 지금 네이비 야드는 21세기 미국의 기술 패권을 지키기 위해 과학기술로 무장한 첨병들이 태동하는 현장이다. 그런 역동적인 현장을 둘러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곳에서 필자는 특별한 자부심을 느꼈다. KIST의 수소 기술을 기반으로 KIST 출신 한국인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그곳에서 대단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이 기업은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뽑아 연료전지로 전력화하는 첨단기술을 드론·트랙터·화물트럭·선박에 확대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수소는 경제적·산업적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비중이 큰 국가전략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낮은 경제성에 발목 잡혀서 아직 연구실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조금 먼 미래의 기술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미래에 열릴 시장을 연구개발 영역으로 끌고 오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자와 산업계가 주목하는 혁신을 창출할 수 있음을 뉴랩의 스타트업은 보여주고 있었다. 뉴욕의 뉴랩에서 북쪽으로 300㎞ 정도 떨어진 보스턴에는 첨단 바이오·의료 혁신클러스터가 자리 잡고 있다. 바이오·의료 기술도 연구실을 벗어나기 어려운 영역이었지만, 보스턴의 혁신적 창업가들은 미래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기업의 요구를 연구 현장으로 끌고 오는 데 성공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역사와 전통의 도시 보스턴은 샌프란시스코·샌디에이고를 추월해 세계 최대의 바이오·의료 혁신 도시로 거듭났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언급한 수소와 첨단 바이오를 포함해 반도체·양자 등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해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국가전략기술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선정됐다. 안정적 공급망 확보와 하락 일변도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신산업 육성은 물론 국가 외교·안보 관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와 함께 국가 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컨트롤타워를 정비하는 등 전략기술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뉴욕의 뉴랩과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 요인은 미래시장을 연구개발 영역에 접목해 혁신을 선도하는 시장 메커니즘이다. 이를 통해서 우수 인재들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 우수 인재들은 단순한 보상이나 지위에 움직이지 않고, 그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있는 곳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아직 열리지 않은 미래 시장을 끌어와 연구에 접목함으로써 전 세계로부터 인재들이 몰려와 경쟁하고, 그들이 만든 최고의 기술이 선택되는 혁신 생태계가 바로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뿌리내린 연구현장을 구현하기 위한 출발점은 인재다. 과학기술 관련 대통령 일정에 과학자들과의 만남이 빠지지 않는 것은 미래를 결정하는 열쇠가 과학기술이고, 그 중심에 과학자들이 있다는 메시지가 묻어난다. 정부는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과거 연구기관들이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게 했던 일률적인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폐지했고,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방해하는 ‘모래주머니’를 과감하게 제거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인재들이 마음껏 연구하고, 창의력을 바탕으로 미래시장을 연구현장으로 끌어올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이 이 시대에 부여받은 시대적 사명이라 생각한다. 출처 : 중앙일보(링크)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역사
김진상 KIST 전북분원장 국제 결제와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를 기축통화라고 한다. 현재 우리 시대의 기축통화는 미국의 달러화(USD)인데, 달러가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게 된 원인은 다름 아닌 전쟁이었다. 제1, 2차 세계 대전 중 세계 각국이 보유하던 금이 물자 구매 대금과 배상금 명목으로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 결과 종전 당시 미국은 전 세계 금의 70%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금 1온스(oz)를 35달러에 연동시키는 ‘브레튼 우즈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세계 유일 기축통화의 패권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수행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크게 늘린 달러 통화량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금의 가치를 넘어서고 말았고,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던 여러 국가는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쇄도하는 주변국의 요청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당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 15일, 금과 달러의 교환을 중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닉슨쇼크). 갑작스런 브레튼 우즈 체제의 종말은 달러가치 저하와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무너져가던 미국 달러의 위상은 석유로 인해 다시 떠오르게 되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공식 계약을 맺는데, 미국이 사우디에 군사력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사우디는 원유 거래 결제 수단으로 오직 달러만 취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달러가 있어야만 산업 동력의 핵심인 원유를 구매할 수 있으니, 닉슨쇼크로 내재적 가치를 상실한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는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지구상에서 유통되고 있는 전체 통화량의 21%는 달러이며, 국제 무역 결제 88%가 달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은 자동차 등 다양한 상품을 미국 연방준비은행 (FRB)이 발행하는 달러와 맞교환하여 외환을 비축하고 있다. 즉, 미국은 아무리 달러를 시중에 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나라이다. 하지만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교역에 사용되는 위안 비중이 급증했다는 사실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반(反) 달러 패권 세력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러시아 중국 간 원유 교역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일축하는 이들도 있으나, 달러 패권에 심각한 균열을 불러올 장기적인 변화의 한 단면으로 바라보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실제로 전 세계 보유 외환 중 미국 달러 표시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초반 60% 정도에서 정점을 찍고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처럼 미국 경제 정책의 대척점에 서 있는 국가들은 미국 국채와 같은 달러 자산을 줄이고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여러 나라가 달러 이외의 자산에도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재무부 장관인 재닛 옐런은 달러와 연결된 러시아 금융 제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러의 패권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고, 유럽중앙은행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달러의 국제 통화 지위가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물론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중국 위안보다 미국 달러는 튼튼하고 투명한 금융시장을 기반으로 하기에 신뢰가 높지만, 한 치 앞도 예상 못 할 정도로 격화되는 미·중 대결의 격랑 속에서 대한민국은 이 통화 전쟁을 면밀히 살피고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출처 : 전북일보(링크)
美·中 에너지 경쟁 속 한국이 살길은 다양한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 보유뿐
정경윤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장 [과학 라운지] 1932년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의 남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인류 최초의 배터리로 추정되는 물건이 발견됐다. 약 2500년 전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그다드 배터리’는 구리판이 양극, 철봉이 음극 역할을 하고 와인이나 식초를 전해액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초의 상용 리튬 이온 전지는 1991년 일본 소니가 출시했다. 다른 방식의 이차전지와 비교해 가볍고, 에너지 저장량이 많고, 수명이 길어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2019년 노벨 화학상은 리튬 이온 전지 개발에 공헌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는데,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충전 가능한 세상’(Rechargeable World)을 열었다며 그 공로를 치하했다. 이들의 연구가 없었다면 모바일이라는 개념은 벽돌보다 큰 배터리를 들고 다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배터리 관련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로 리튬 이온 전지는 발전을 거듭해왔고, 특히 전기자동차 산업의 성장은 기폭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탄소 중립이 전 지구적 이슈가 되면서 각국은 친환경 자동차의 보급을 권장하는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로 인해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의 치열함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현재로서는 리튬의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 확보가 최선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리튬 이온 전지가 모든 사용처에서 최선의 선택은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차전지가 개발되면 그에 적합한 시장을 창출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다양한 쓰임새에 따른 맞춤형 이차전지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중국의 한 기업이 소금의 주요 원소인 나트륨(Na)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이차전지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나트륨은 바닷물 속에 풍부하게 있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나트륨 이온 전지는 안정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해 대형 배터리가 필요한 ESS와 같은 대규모 전력 저장장치용 배터리로 사용될 수 있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의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리튬 이온 전지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차세대 배터리 기술임은 분명하다. 차세대 이차전지라고 하면 현재의 리튬 이온 전지를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새로운 이차전지를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차세대 이차전지는 새로운 사용 분야, 혹은 시장을 만들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이차전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과거 널리 사용되었던 납축전지를 리튬 이온 전지가 모두 대체하지 못했던 것과 같은 이유이다. 각각의 이차전지는 자신의 특성이 최적화된 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다. 현재 시장의 대세인 리튬 이온 전지와 더불어 다양한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을 보유하는 멀티 배터리 시스템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한 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조선경제(링크)
[매경춘추]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윤석진 KIST 원장 팬데믹이나 급격한 기후변화와 같은 인류적 위기는 과학기술의 국제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날로 첨예해지는 기술패권 경쟁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나라도 미래 전략기술을 모두 가질 순 없다. 매력적인 협력 파트너가 되기 위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혼자 서기 위해 뭉치는 '코피티션(coopetition)'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제협력은 갈 길이 멀다. 작년 발표된 DHL 세계 연결지수에서 한국 과학기술 협력 순위는 43위에 불과하며 국가 R&D 중 국제협력 과제의 비중은 2021년에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지난해 2030년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국제협력 논문 비중 확대를 목표로 꼽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때 우리에게 과학기술 국제협력이란 선진국 기술의 벤치마킹 수단에 불과했던 때가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의 미래를 고민하던 2000년대엔 미국에서 주목받던 스핀트로닉스 기술을 우리 연구원들이 배워오기도 했다. 한창 성과가 나오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젠 해외에서 먼저 공동연구를 제안할 만큼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미 국립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와 시작된 공동연구가 벌써 5년째에 접어들고 있고, 작년에도 미래 전자소자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고자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와 함께 공동연구센터를 개소했다. 이처럼 과거와는 달리 높아진 위상에 맞춰 우리는 어떤 협력 전략을 추구해야 할까. 우선 해외 거점 마련을 통해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에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존, 인텔, 구글 등 거대 기업과 기술 협력이 용이한 런던 테크시티, 글로벌 제약사 100여 개사와 대형 병원이 밀집해 있는 보스턴 바이오테크 클러스터 등이 대표적 예다. 세계의 기술이 모여드는 생태계 안에 마련될 한국의 거점은 21세기판 신라방이 되어줄 것이다. 안으로는 제로섬이 아닌 포지티브섬(positive sum)이 가능한 과학기술 국제협력의 구심점으로 혁신생태계를 바꿔 나가야 한다. 미·중 양강을 위시한 주요국이 기술패권 경쟁에서 폐쇄적인 보호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좋은 기회이다. 우리와 상호보완적 기술을 갖춘 해외 유수 연구기관의 국내 유치와 공동연구를 꾀하고, 이를 통한 혁신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발 빠르게 정비해야 한다.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세계적인 기업과 대학들의 이합집산은 오늘도 숨 가쁘게 진행 중이다. 우리도 미온적 자세를 버리고 세계 무대에서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1988년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전 세계에 알렸던 88올림픽의 주제곡, '손에 손 잡고'의 노랫말처럼 이제 손에 손을 잡고 벽을 넘어설 때다. 출처 : 매일경제(링크)
[매경춘추] 서울 밖에서 개척하는 미래
윤석진 KIST 원장 지방의 노화와 위축에 대한 걱정이 크다. 인구 고령화에 더해 청년층의 지속 유출이 지역경제 쇠락과 공동화라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전국 시·군·구 2곳 중 1곳이 소멸 위험에 처했다. 이대로라면 20년 후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이 소멸 고위험 단계에 들어선다는 암울한 예측까지 나온 상황이다. 그 반대편에는 전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있다. 인구의 절반이 국토의 12% 남짓한 수도권에 쏠리면서 주거·혼잡 비용이 급격히 치솟는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가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 목표로 천명한 배경이다. 과거에도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 수도권 과밀화와 지역 소멸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진 못했다. 하드웨어적 처방의 한계다. 물론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지역 자생력을 북돋아줄 근본적인 묘책이 필요하다. 필자는 무엇보다 과학기술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선 청년들이 지방에서 지속가능한 삶과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해결책의 요지는 지역 고유의 특화 산업을 토대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역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선결 조건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는 핵심 기술의 확보다. 연구개발의 주체는 연구소와 대학이 맡되, 지역 기업도 이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기술집약적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지자체는 이런 노력을 지원하는 데 발 벗고 나서야 하겠다. 기업-연구소-대학-지자체의 사각 협력이 만든 과실이 지역의 정주 여건과 문화, 환경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혁신 생태계를 상상해본다. 더불어 인재들이 지역 내에서 역량을 쌓겠다고 결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자체의 학비 지원, 기술력을 갖춘 지역 기업에의 취업을 연계한 실무 교육,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의 참여 등 특화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울 기회를 아낌없이 제공해야 한다. 연구소나 기업도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주어야겠다. 젊은 인재들이 구직의 남방 하한선으로 여긴다는 소위 '판교라인'을 넘어설 수 있도록 지역 일자리의 매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서울'이 아니면 뒤처지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의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지방을 얘기하면 그곳만의 첨단 기술과 산업 기반이 떠오르고, 수도권보다 여유 있는 정주 환경과 나름의 비교 우위를 갖춘 곳이란 생각이 자연스레 들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지방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고향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어야겠다. 조금만 찾아봐도 개척되지 않은 잠재력을 가진 지역들을 금세 떠올릴 수 있다. 130여 년 전 영국의 지리학자 이저벨라 버드 비숍은 한국을 여행하며 '조선의 능력은 거의 개발되지 않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과학기술이 도화선이 되어 '지방시대'가 활짝 열리고, 미래 세대의 꿈이 서울 일변도를 벗어나 전국 방방곡곡으로 향하길 기원한다. 출처 : 매일경제(링크)
환경보호·경제성장, 두 토끼 잡는 ‘그린-올 경제’
민병권 KIST 청정신기술연구본부장 [과학 라운지] 2003년은 미국의 조지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이 석유 경제의 대안으로 ‘수소 경제(Hydrogen Fuel Initiative)’를 선언하면서 수소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였다. 다양한 오염 물질을 발생시키는 석유와 달리, 연소 시 물 이외의 부산물을 발생시키지 않는 수소가 최선의 에너지원으로 부각됐다. 그런데 2년 뒤인 2005년에 199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조지 앤드루 올라 교수가 수소의 근원적 약점을 지적하면서 메탄올이 훨씬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라 교수는 수소를 생산하려면 화석연료를 많이 투입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 수소가 매우 가벼운 기체이기 때문에 수소를 저장하거나 운반하기 어렵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비해 메탄올은 오염 물질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고, 수소보다 저장과 운반이 쉽다. 2000년대 초반을 뜨겁게 달군 에너지 경제 논쟁은 ‘탄소 중립’이라는 글로벌 어젠다의 등장으로 최근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수소 경제 초창기에 논의됐던 수소가 화석연료에서 생산하는 ‘그레이 수소’를 의미했다면,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와 물 분해를 결합해 생산하는 ‘그린 수소’가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그린 수소라 하더라도 저장과 운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KIST는 최근 ‘그린-올 경제’라는 신개념을 제시했다. 그린-올 경제의 핵심 개념은 화력발전소·제철소 같은 이산화탄소 배출원이나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알코올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린-올 경제는 다양한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광범위하게 활용된 메탄올을 그린 수소 저장체로 역할을 확대하는 것을 제안한다. 액체인 메탄올은 쉽게 저장·운반될 수 있고 열분해 또는 전기분해를 통해 쉽게 수소 기체로 분해할 수 있어, 그린 수소의 저장 및 수송 시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탄올 또한 그린-올 경제의 훌륭한 후보 물질이다. 에탄올은 가솔린 등과 혼합된 형태 또는 그 자체로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실제 옥수수 같은 바이오매스에서 생산한 바이오 에탄올은 청정 연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에탄올을 대량생산할 수 있다면 기존 자동차 엔진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탄소 중립형 수송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에너지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린-올 프로세스는 다양한 형태의 알코올을 이산화탄소에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 탄소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그린-올 경제는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다. 이와 관련한 연구·개발 역량을 지속적으로 쌓아나가 한국이 미래 탄소 중립 사회를 선도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출처 : 조선경제(링크)
인류의 미래 바꿀 초미세 양자 기술
한상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 바로 1년 전인 2022년 4월 14일. 5대륙, 44개 국가, 193개 도시에서 양자 기술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200여 개의 이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제1회 ‘세계 양자의 날(World Quantum Day)’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날이 아닌 4월 14일을 선택한 이유는 양자역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플랑크 상수(4.14×10-16eVs)에서 착안했기 때문이다. 기념일을 기획·제정하는 과정에 참여한 필자는 특정 국가나 기관에서 주도해 제정된 것이 아니라 지구촌 과학자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제정한 기념일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양자 기술은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관심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제 양자 기술은 기술적 난이도, 파급 효과, 적용 분야를 고려할 때 산업 발전과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안보 관점에서도 국가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다수의 국가가 양자 기술 육성책을 다투어 내놓고 있고, 민간에서도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한 초기 기술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에는 핵심 요소 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등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변화가 진행 중이다. 대중의 높은 관심과 함께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냉정히 평가하면 양자 기술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산업 관점에서 보면 양자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 양자 통신, 양자 센서 같은 개별 기술의 발전은 놀라운 수준임이 틀림없지만, 이를 활용해 다른 산업 분야의 혁신을 일으키고 사회 변화를 이끄는 사례는 아직 찾기 힘들다. 1946년 개발된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은 당시 사람들에게 상상을 초월한 성능의 계산기였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초보적 단계의 컴퓨터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양자 기술은 70여 년 전 에니악과 비슷한 유아기 수준에 불과하다. 1만8000여개의 진공관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에니악에서 시작된 컴퓨터가 우리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양자 기술에 대해 익숙해져야 하고 발전을 위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양자 신호는 극한의 미시세계에서 관찰 가능한 현상이다. 이런 양자 현상을 생성하고 제어하고 측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고난도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아주 작은 온도 변화, 느끼기 힘들 정도의 미세한 진동 등이 양자 세계에서는 치명적이어서 일상 공간에 존재하는 수많은 잡음 요소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가면서 조작해야 한다. 에니악에서 시작된 컴퓨터의 발전이 수많은 기술 혁신과 트랜지스터의 발명, 반도체 기술로 집적화된 칩의 형태로 회로를 구성했기 때문임을 상기해보자. 마찬가지로 극한의 미시 세계에 존재하는 양자를 더 효율적으로 조작하려면 집적화한 반도체 공정기술을 이용한 양자 소자 또는 양자 칩의 개발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공개된 IBM·구글 등의 양자컴퓨터 모습이 초창기 컴퓨터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자컴퓨터를 예로 들어 부연 설명하면,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가 아직은 잡음의 영향으로 많은 연산 오류가 발생한다. 이런 오류를 정정해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큐비트로 만드는 것이 지금 직면한 대표적 기술적 난제다.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의 큐비트가 필요한데, 단순히 큐비트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닌 오류 정정이 가능한 큐비트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러한 큐비트들로 이뤄진 양자 칩이 구현된다면 바로 그 순간부터 의미 있는 진전이 시작될 것이다. KIST를 중심으로 한 ‘양자 연구 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 반도체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양자 칩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양자 컴퓨터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융합 연구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 머지않은 미래에 양자 기술이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기를 희망한다. 출처 : 중앙일보(링크)
[매경춘추]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범선
윤석진 KIST 원장 아이디어와 기술이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반드시 겪게 되는 좌절과 위기의 기간을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death valley)라고 일컫는다. 벤처기업이 아이디어의 사업화 단계에서 맞이하는 위기, 또는 어떤 기술이 상용화에 실패하여 결국 사장(死藏)되는 상황을 모두 나타낸다. 결국 기술과 기업은 한배를 탄 운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년 이맘때 대기업 한 곳에서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연구소의 기술을 탄소 중립에 대비하는 핵심 기술로 함께 발전시켜보자는 제안이었다. 어디에 내놔도 자신 있는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상용화의 길은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스케일업 과정에서 응용·개발연구의 불확실성을 이겨내는 것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든든한 파트너가 스스로 찾아온 셈이니 더없이 반가운 마음이었다. 원래 좋은 기회를 포착하면 망설이지 않는 성격이라 양측의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서둘러 겸직 발령을 냈다. 기술은 연구자가 잘 알아도,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감각은 수요자인 기업이 더 기민하고 정확하다. 이 때문에 기업과 연구소가 더 가까이 있어야 하고 자주 만나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중소기업의 연구인력이 우리 연구소에 상주하는 공동연구실을 설치하는 일도 시작했다.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기업이 연구소의 기술을 적용하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수요자와 공급자가 함께 연구하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이름부터 서로를 잇는 실험실, 즉 '링킹랩(Linking Lab)'이라고 지었는데 공정 개발부터 제품 출시까지 전 주기에 걸친 협력을 목표로 삼았다. 연구자가 직접 첨단기술을 토대로 창업에 나서는 것도 혁신기업 창출을 위한 좋은 방안이다. 원천기술을 토대로 한 '기술 창업'은 유통·서비스업 중심의 전통적 창업에 비해 파급효과가 커 '혁신적 창업'으로 분류된다. 관건은 어떻게 기술 창업을 늘리고 그 생존율을 높일 것인가이다. 먼저 연구자의 창업 기업 겸직과 휴직 제도를 활성화하여 창업에 대한 용기를 북돋는 등 시스템이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연구자들이 서툴 수밖에 없는 투자 유치와 행정 사무는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 등 창업 생태계가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특히 연구기관의 원천기술이 민간 투자와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추후 기업 공개와 M&A 전략까지 수립해줄 수 있는 기술지주회사가 생긴다면 금상첨화일 터다. 대기업의 신성장동력 개척, 중소·중견기업과의 공동 기술 개발, 기술 기반 창업 등 우리 산업 전반에서 기술 사업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술 사업화에서 시작된 혁신의 미풍이 우리 경제를 든든하게 받쳐줄 순풍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우리 기업들이 죽음의 계곡을 건너 넓은 바다로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연구소와 대학의 실험실들이 팽팽한 돛이 되어줄 것이다. 출처 : 매일경제(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