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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경량화 인공지능과 오감 센서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 김형준 소장 완전 자율주행차의 시범운행 지역이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 강남, 상암, 청계천, 여의도와 판교 일대를 넘어 내년에는 제주, 순천, 군산 등 전국 각지로 확대된다. 이미 상업화에 들어간 미국 32개주와 유럽연합 등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자율주행 택시와 버스 등의 상시운행은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자율운행 4단계 기술의 핵심 중 하나는 많은 전자기기를 대량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다. 다수의 자율주행차가 운행하기 위해서는 운전경로 계산 외에도 차량흐름, 도로환경, 교통신호 등 수많은 주변환경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만일 아주 잠깐이라도 지연과 단절이 발생한다면 자칫 되돌리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동차 사고는 늘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다.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는 바야흐로 목전에 다가온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를 상징하는 사례다. 초연결사회의 필수재인 사물인터넷은 센서, 소프트웨어, 인터넷으로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고 데이터를 교환하는 거대 네트워크다. 인간의 오감에 해당하는 센서들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 클라우드로 전송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클라우드가 처리할 수 있는 속도가 폭증하는 데이터 증가량을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 자율주행차, 응급의료와 같이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분야를 시작으로 네트워크 및 데이터 처리기술의 넥스트 레벨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아주 가까워졌다. 대안으로 부상 중인 기술이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의 결합체인 AIoT, 이른바 '사물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of Things)이다. 사물인터넷 센서가 수집하는 정보를 인공지능이 처리하고 분석하는 사물지능은 더 강력한 서비스와 시장을 촉발하는 초연결사회 진화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물지능의 양대 기둥 중 하나인 인공지능 기술로는 아주 적은 소비전력과 빠른 정보처리가 가능한 '경량화 인공지능'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경량화 인공지능은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과 딥러닝 분야에 적용 중인 심층신경망이 아닌 스파이킹신경망(Spiking Neural Network·SNN) 기반의 '뉴로모픽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두뇌 신경망의 동작원리처럼 외부정보를 이벤트 단위로 받아들여 그에 필요한 뉴런과 시냅스만 부분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이 매우 높다. 또 하나의 반도체에서 다양한 패턴의 데이터를 동시다발적으로 연산, 저장, 학습하기 때문에 인간의 두뇌활동처럼 초저전력으로도 복잡한 대량의 정보를 신속히 처리하는 사물지능 구현에 매우 유망한 기술이다. 아울러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 자체를 뉴로모픽으로 구현한다면 기술적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인체의 오감을 모방하는 뉴로모픽 센서기술은 최근 국내외에서 활발히 연구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초기단계로 신개념의 단위소자 기술과 적은 수의 소자 어레이에 대한 성능보고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는 경량화 인공지능과 뉴로모픽 감각기술의 사물지능 적용을 위해 데이터 집적, 시스템, 컴퓨팅 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계하는 융합연구가 한창이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 시장은 막대한 투자와 높은 기술력으로 후발주자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승자독식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뉴로모픽 감각기술을 접목한 사물지능 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과 지원이 국가발전을 넘어 생존을 좌우하게 될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시대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 중 하나가 될 것이라 믿는다. 출처: 머니투데이 (링크)
고래 싸움에서 이기는 새우가 되기 위해
윤석진 KIST 원장 시진핑 집권 3기의 중국은 과학기술 혁신과 자립을 핵심 국가 발전 전략으로 내세웠다. 국제질서 재편 능력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로 중국을 지목한 미국의 움직임에 응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주권 확보 없이는 우리나라도 생존을 모색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작금의 위기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초격차 기술, 틈새를 노리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의 개발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조역량을 갖추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이 반가운 이유이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탁월한 추격자였다. 하지만 전략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다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일례로 올해 양자기술 분야 투자액은 미국이 1조원, 중국 3조4000억원에 이르지만, 우리는 700억원 선이다. 기술력은 세계 최고 대비 63% 수준에 불과한 것이 우리 양자컴퓨팅 기술의 현주소다. 승자독식의 냉혹한 법칙이 지배하는 전략기술 분야에서 고래 싸움에 낀 새우의 형국인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묘수는 무엇일까? 스코틀랜드 출신 기계 수리공이었던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개량이 산업혁명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 있었던 정부와 산업계의 노력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임스 와트의 특허 유효기간을 이례적으로 25년이나 연장해 준 영국 의회의 조치는 와트의 증기기관이 성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또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던 와트에게 사업가 매튜 볼턴이 합류하면서 산업용 증기기관의 보급이 가능해졌다. 국가적 중요성을 갖는 기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산업계의 공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다. 증기기관의 역사가 일러주듯 위대한 기술 혁신은 정부와 민간의 합작품이다. 이번 전략기술 육성방안에서도 민관 협업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었다. 산·학·연 협력과 개방형 혁신을 통한 임계규모 한계 돌파만이 우리나라가 기술패권 경쟁의 고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묘책이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먼저 민간을 정책의 수혜 대상으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혁신의 동반자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다양한 주체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수평적 협력의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정부가 맡아야 한다. 민간 기업이 정부 연구개발 전반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한 ‘산업별 민간R&D협의체’와 같은 시도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부처 간에도 개방과 협력의 자세가 절실하다. 사업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과 칸막이는 없어져야 한다. 국가 R&D 사령탑 역할을 맡아야 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술주권 확보 관점에서 범 부처 협력을 이끌어내도록 리더십을 보여야겠다. 민간에서도 정부의 노력을 신뢰하고 정책 이니셔티브가 결실을 맺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각계 최고 전문가들이 세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목표를 포함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것이 정부의 지원전략에 정교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석탄, 방직산업이 핵심 먹거리 산업으로 부상 중이었다. 광산 갱도에서 물을 퍼올리는데 말의 힘에 의존했던 전통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증기기관 개량은 당시 고난도의 기술 과제였다. 이번에 발표된 12개 전략기술의 성패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것이다. 21세기 기술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새겨야 할 역사 속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한국일보 (링크)
신경역학, ‘600만불의 사나이’를 현실로 만드는 토대
이송주 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과학 라운지] 의학·공학 어우러진 학문으로 사지 없는 사람이 의수·의족을 생각만으로 제어하게 하는 등 ‘SF 속 기술’ 현실화하는 주역 1970년대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드라마 ‘600만불의 사나이’를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 후반에도 공중파 TV에서 방영해 많은 이들이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 대령은 비행 중 사고로 한쪽 눈과 팔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지만, 600만달러를 투입한 생체 재건 프로젝트를 통해 최초의 생체공학 인간(Bionic man)이 됐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체적 능력을 갖게 된 주인공이 국가의 비밀 프로젝트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이 드라마를 당시 시청자들은 SF(공상과학소설)로 기억하고 있다. 드라마 첫 방영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도 ‘600만불의 사나이’는 여전히 SF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을까? 오스틴 대령이 활약하던 당시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신경 역학(Neuromechanics)’이라는 학문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신경역학(神經力學)은 신경생리학, 생체역학의 개념이 결합된, 의학과 공학이 어우러진 다학제적 학문이다. 우리 몸의 간단한 동작 수행에도 신경역학의 개념이 녹아있다. 물을 마시고, 길을 걷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 몸은 다양한 물체와 상호작용을 하고, 감각 신호를 받아 이에 맞게 신체를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뇌의 신호는 어떠한지, 관절에 걸리는 힘은 얼마나 되는지, 근육이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신경역학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에 고령자 비율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이상 인구의 38.1%가 통증과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무릎 관절염을 앓고 있으며, 약 15%는 보행 능력과 신체 기능 저하로 생존율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근감소증 환자라는 통계도 있다. 고령층에게 근골격계의 원활한 기능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건강한 노년을 의미하므로 신체의 취약 부위를 평가하고 훈련할 수 있는 예방·재활 기기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된다면 노인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연구진이 병원 밖에서도 근력 강화·신경근 제어 등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 기기를 개발해 미국 FDA 2등급 의료 기기 인가를 받으며 효과와 안정성을 확인받기도 했다. 신경역학의 적용을 스포츠 분야로도 확대할 수 있다. 현대인의 삶에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들도 근골격계 부상 등에 노출되고 있다. 부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파악하고 취약 부위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연구에 신경역학의 개념을 접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운동할 때 몸에 센서를 부착해 신체 부위별 근육의 움직임 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부상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상의 신체 능력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는 맞춤형 운동 설루션을 제공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와 같은 연구들이 엘리트 체육 선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생활체육을 즐기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일반인 대상으로도 연구를 확대하는 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신경역학의 연구 분야는 로봇, 무선통신이 가능한 생체 신호 수집 센서,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기법 기술과도 접목이 가능하다. 생각만으로 기기를 조종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 속에서만 나오는 일이 아니다. 불의의 사고, 선천적 장애로 사지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생각만으로 보행 보조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 환자의 뇌에서 움직임의 의도가 있을 때 발생하는 뇌파를 비침습적인 뇌파 측정 센서를 활용해 감지하고 분석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BCI) 기술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환자는 양쪽 목발을 짚고 스스로의 생각만으로 앉고, 서고, 걷는 일을 할 수 있다. 우리의 뇌, 신경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로봇 그 자체가 의수나 의족이 되는 것도 멀지 않은 미래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신경역학은 그 가능성을 더 많은 분야로 확장시켜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연구 분야가 될 것이다. 불과 반세기 전에는 SF 드라마의 소재에 불과했던 생체공학 인간은 신경역학의 발달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개발된 다양한 기술들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조선일보 (링크)
[人사이트]김상경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장 "디지즈 X 또 올 것...R&D 명맥 유지로 대비해야"
“감염병 기술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응을 시작하면 늦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언젠가는 닥쳐올 미지의 감염병, '디지즈 X'에 미리 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상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장은 현재 자신이 이끄는 연구단 노력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앞으로도 명맥을 이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증강융합연구단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지원으로 산업현장 중대사고 예방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다. 의료진 안전 확보도 그 일환인데 심각한 팬데믹 상황을 맞아 이것에 힘이 실렸다. 김 단장이 연구한 감염병 현장 다중진단, 비대면 검체 채취(김계리 박사팀), 무인 문진·상담(황재인 박사팀), 재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인공지능(AI) 정책 제언(김찬수 박사팀), 건물 내 접촉자 파악(이택진 박사팀) 등 기술이 연구단 활동으로 마련돼 발전 중이다. 다만, 올 연말 연구단이 일몰된다. 김 단장은 연구단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더 발전시켜야지' 싶은 연구도 있고, 이제 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며 “계속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명맥을 이어가고자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팬데믹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언제 어떤 형태로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에 디지즈 X는 허상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이를 확인했다”며 “또 다른 팬데믹은 반드시 온다”고 피력했다. 일부라도 미리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막상 팬데믹이 닥쳤을 때는 막막할 뿐이다. 연구단의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도 이전 KIST 연구가 도움이 됐다. KIST는 과거 조류 인플루엔자로 온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 개방형연구사업으로 감염병 연구에 힘을 실었다. 안전증강융합연구단에서도 다룬 진단기술이나 AI 정책 제언 등 기술도 이때 시작됐다. 김 단장은 “개방형연구사업은 끝났지만 그때 시작된 연구가 우리 성과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맥을 이어가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 연구 명맥을 이어갈 방안은 있다. 융합연구단에 이어 NST 창의형 융합과제, 기관 고유사업 등을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하고자 하는 것도 많다. 김 단장은 기존 김찬수 박사팀의 연구를 고도화해 팬데믹 위기에 보다 면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원천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당장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단순히 감염이 이뤄졌는지 여부 뿐만 아니라 질병이 환자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얼마나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을지까지 살피는 연구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의료와 생명공학에 기반을 둔 '방역연계 범부처 감염병 연구개발 사업단'과 협업도 바라는 바다. 김 단장은 “지금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안으로 더 발전되고 새로운 연구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민이 보다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연구자들이 고생하고 있는만큼 외부에서도 연구성과를 너무 숫자로만 보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출처: 전자신문 (링크)
탄소산업은 전북의 100년 먹거리인가?
김진상 KIST 전북분원장 100년 전 상상 속 사회상은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 덕에 오늘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과학기술 발전의 중심에는 위대한 과학적 진보 혹은 발명이 있었고, 우리는 그 결과 널리 쓰이게 된 소재를 역사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주인공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돌이었고, 청동과 철, 그리고 플라스틱이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발전을 갈구하는 인류는 여전히 차세대 소재를 찾고 있는데, 그중 탄소가 대표적인 신산업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 기반 재료는 자전거, 골프채 등 각종 스포츠, 레저 장비들로부터 자동차, 드론, 항공기 동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었고, 적용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점증하는 탄소소재 개발 요구에 발맞춰 2020년 국회에서는 탄소소재법 개정안을 통과하였고, 그해 7월 전라북도는 탄소 융복합 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었다. 또한, 11월에 전북은 우리나라의 탄소 산업 관련 기업지원, 연구 전담 관리, 진흥전략 및 중장기 발전전략을 총괄하는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을 전주에 유치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21년 탄소 소부장 특화단지로 선정된 전북은 탄소산업의 메카로 우뚝 서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탄소산업의 정책적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도민의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이는 탄소소재의 제조로부터 관련 응용 제품 생산에 이르는 연결고리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탄소소재는 매우 가볍고, 화학물질에 부식이 되지 않으며, 고온에서 잘 견딜 수 있다. 실제로 실리콘이 포함된 반도체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도가니는 모두 탄소소재인 인조흑연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미세한 탄소 분말, 이른바 그을음인 카본블랙은 고무공업, 착색제, 전자부품의 전도성 소재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탄소소재 시장은 앞에서 언급한 인조흑연과 카본블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의 탄소산업은 탄소섬유를 중심으로 한 탄소복합소재 관련 기술 개발과 기업지원을 주요 발전전략으로 삼고 있다. 즉, 당장 시판이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보다는 미래를 선도하는 산업에 중점 투자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인조흑연 시장 대비 8배 작으나 미래 잠재성은 크기에 전북은 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탄소섬유를 국내 최초로 생산하게 되었으며, 2022년 10월에는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T1000급의 고강도 탄소섬유 제조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러한 쾌거가 탄소 기반 부품 및 장치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져야만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탄소경제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탄소섬유가 고강도 복합소재 제조에 필요한 핵심소재이지만 완제품으로서 단독 활용되는 예는 실생활에서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산 탄소섬유를 항공기 동체와 같은 실제 제품의 국내 생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탄소섬유에 수지와 첨가물을 함침시킨 중간재의 제조 및 복합재 성형 기술을 확보한 미래지향적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 탄소소재 개발 이후 부품과 제품을 양산하는 단계까지 확보해야만 비로소 도내 탄소산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탄소산업 관계자들의 적극적 참여와 관련 부처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완성될 탄소산업의 탄탄한 밸류체인이 도내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책임짐으로써 전북의 100년 먹거리로 자리매김하리라 굳게 믿는다. 출처: 전북일보 (링크)
[투데이 窓]반도체 기술로 만드는 '한국형 스마트팜'
김형준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이 산업간 경계를 급속히 무너뜨리고 있다. 집과 자동차 같은 실물자산 없이도 스마트폰 하나로 숙박업과 택시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에어비엔비와 우버가 대표적이다. 노동집약형의 전통농업을 무인자동화의 첨단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스마트팜'도 예외가 아니다. 비닐과 유리온실로 외부의 기후변화와 상관없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생산 조건을 갖추고, ICT(정보통신기술)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광량·온도·습도·이산화탄소 농도 등의 실내 환경과 양액 공급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하는 스마트팜은 농부의 오랜 경험과 감각에 의존했던 관행농업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량 증가는 물론, 노동시간 감소를 통해 척박했던 농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농촌에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팜 기술은 68세라는 국내 농민의 평균연령이 말해주듯,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 농업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식량자원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일상화되고 있는 글로벌 식량위기 속에서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안보 수단으로서도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기술은 대부분 온실원예 산업의 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서 들여온 기술이다. 프리바, 호겐드론 등의 온실 시스템 회사에서 첨단 유리온실과 복합환경제어 기술, 양액제어 기술 등을 도입해 우리 농업 현장의 재배기술 향상에 활용하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우리 농촌의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해양성 기후에 따라 연중 기온 변화가 크지 않은 유럽의 농업 환경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술인만큼 사계절 날씨의 편차가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그 효용성이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의 농촌 환경과 선진적인 ICT 및 반도체 기술이 더 적극적으로 결합되는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때이다. 지난 2021년 농식품부와 농진청, 과기정통부가 공동으로 설립한 스마트팜 연구개발사업단에서는 현재 대한민국 농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IoT와 AI, 로봇을 활용해 생산량 증대뿐만 아니라 유통·판매까지 국내 농업환경에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 '스마트팜 전용 MCU'(Micro Controller Unit)의 개발도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이다. 스마트폰으로 온실 내 환경조건을 제어하던 기존 단계에서 벗어나 완전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될 '차세대 한국형 스마트팜 브레인'이라 할 수 있다. 인류는 그간 두 차례의 농업혁명을 통해 급격한 문명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첫 번째는 곡물 재배와 야생동물 가축화에 성공하며 수렵·채집에서 농경사회로 이행하게 된 기원전 7000년경의 신석기혁명이다. 두 번째는 수천 년 간 이어져온 전통농법에서 벗어나 화학비료, 품종개량, 농약 등을 농업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획기적인 식량증산이 이뤄진 20세기 초의 녹색혁명이다. 그리고 이제 첨단 과학기술과 농업이 결합된 스마트팜을 통해 또 다른 농업혁명의 기운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환경에 특화된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스마트팜 확산 기조 속에 한 발 앞서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한 청년층의 농업 유입을 통해 에어비엔비나 우버처럼 자신의 온실 없이도 스마트 농장을 경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수도 있다. 반도체와 농업의 융합을 통한 한국형 스마트팜의 기술혁신이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인 제3의 농업혁명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머니투데이 (링크)
가장 가볍고 많은 원소 ‘수소’, 탄소 중립 위한 멀티플레이어
장종현 KIST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장 [과학 라운지]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높이기 위한 필수 요소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수소 기술에 대한 혁신 통해 한국, 글로벌 경쟁력 확보해야 원자번호 1번인 수소(원소기호 H)는 우주에서 가장 가벼우며,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다. 수소의 한자 ‘水素’와 영어 ‘Hydrogen’에서 알 수 있듯이 수소는 산소와 결합해 물(H₂O)을 구성하는 인류 생존의 필수 요소다. 또 두 개의 수소 원자가 결합한 수소 분자(H₂)는 암모니아와 메탄올 생산 등 화학산업과 정유산업에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 생산량이 연간 1억t에 달한다. 현재 수소는 대부분 화석연료로부터 생산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따라서 수소 생산에서 ‘탈탄소화’는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암모니아, 메탄올 등을 생산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수소는 무색무취.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그레이’ ‘그린’ ‘블루’ 등 색깔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수소를 생산하는 각각의 기술이 얼마큼의 탄소를 발생시키는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화석연료로부터 생산되는 ‘그레이 수소’이며, 탄소 중립을 위해서 친환경 재생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성하는 ‘그린수소’의 기술이 중요하다. 또한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저장(CCUS)을 이용해 탄소 배출이 저감된 ‘블루 수소’, 원자력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하는 ‘핑크 수소’도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략은 1차 에너지 공급원을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에서 태양광 및 풍력발전 등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 최종 에너지 소비원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전기화(electrification)로 요약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기술의 경우 기상 변화에 따라 발전량의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전력망 안정화가 병행돼야 한다. 즉 발전량이 많을 때는 잉여 전력을 저장하고, 반대의 경우 저장해둔 전력을 사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수소는 유연성 전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 열원, 대형 육상 운송, 항공 및 해상 운송 등에 사용되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비중을 높이는 ‘전기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태양광·풍력 등으로부터 생산된 전력을 직접 사용하는 ‘직접 전기화’와 함께 재생 전력을 물 전기 분해를 통해 수소 및 암모니아 등 화합물로 전환해 사용하는 ‘간접 전기화’가 필수적이다. 즉 탄소 중립에서 수소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수소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원인 화석연료를 대부분 해외로부터 수입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4%로 매우 높다. 향후 국내·외 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에 따라 에너지 자립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우리나라의 지리·기후·산업 특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일정 비율은 해외에서 재생에너지를 수입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게 될 것이나 삼면이 바다이고,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의 지정학적인 요건상 인접국으로부터 전력망을 통해 전기를 직접 공급받는 방식은 매우 제한적이다. 우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해외에서 생산된 대용량의 재생에너지를 수소 및 수소화합물의 형태로 전환해 공급받고 보관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수소를 에너지 교환의 화폐로 활용하는 것이다. 기존 화석연료 수출국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었던 것과 비교해 재생에너지 수출국은 태양광 또는 풍력발전이 유리한 국가를 중심으로 다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제 에너지 교역에 수소가 효율적인 에너지 전달체로서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보다 적극적인 관점에서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국제적 분업 체계 확립에 우리의 수소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소는 탄소 중립 실현의 핵심 전략이면서 관련 시장 규모의 급격한 확대가 예측되는 주요 산업이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최근 12대 국가 전략 기술의 하나로 수소를 선정하고 ‘수소기술 미래전략’을 발표했다. 수소 생산, 저장·운송, 활용의 기술 혁신을 통해 관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국가 차원의 비전이 제시된 것이다. 우주에서 가장 가볍고 많은 원소인 수소는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탄소 중립을 향한 전 세계의 발걸음이 바빠진 상황에서 멀티플레이어로서 수소의 가치와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조선일보 (링크)
‘딥러닝’ 활용… 가정용 PC도 몇초면 1개월치 기상 예측
강대현 KIST 지속가능환경연구단 선임연구원 [과학 라운지] 수퍼컴퓨터 가동에 소모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 ‘계절 내 예측’의 정확도 높여 효율적 에너지 관리 가능해져 갑작스러운 겨울 한파와 폭설이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이었을지 모르지만, 난방비 급증과 교통 체증으로 어른들에게는 힘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지난 12월 서울의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3도나 낮았고, 1월 중순 낮 최고기온은 12.5도로 이상(異常) 고온 현상을 보이더니 불과 2주 만에 영하 17.3도의 맹추위가 찾아와 30도가량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겪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급격한 날씨 변화는 우리의 삶과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한 달 전에 미리 한파의 강도나 지속 기간 같은 주간 날씨 추이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기상 예측 연구 분야 중 ‘계절 내(subseasonal) 예측’은 이러한 노력을 하는 연구 분야다. 계절 내 예측은 통상 1~6주에 해당하는 기간의 주간 기후변동 추이에 대한 예측을 목표로 한다. 10일 이후의 날씨까지 예측하는 ‘중기예측’과 수개월에 대한 예측을 하는 ‘계절예측’ 사이에서 중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수십일을 규모로 하는 ‘계절 내 기후변동’은 수천~수만㎞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지구 시스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과거 수십 년간 활용된 기후모형은 대기만을 시뮬레이션에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해양·지면·해빙·식생 등 다양한 요소를 결합한 지구 기후모형을 시뮬레이션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입력된 초기조건의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는 1~2주 이상 예측의 정확도는 여전히 실용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또한 정확한 예측을 위해 기후모형의 물리과정은 더욱 복잡해지고 수많은 연산을 통해 지구의 모든 자료를 처리해야 하므로 초고성능 슈퍼컴퓨터 운용에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 예를 들면 독일 기상연산센터(DMRZ) 예보모델(ICON)의 하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31만2653g에 해당해 자동차로 1만3215㎞를 주행할 때의 배출량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 예측에 딥러닝을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상처리에 사용되는 딥러닝 기법을 통해 수십 년간 관측된 지구 전체의 온도, 습도, 바람 변화를 동일한 픽셀 크기로 쪼개 학습하는 방식이다. 연구자들은 여기에 방대한 모델 시뮬레이션 자료를 바탕으로 지구 전체의 날씨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예측한다. 예를 들어 딥러닝 모델을 통해 하루 뒤 지구 시스템의 변화를 학습시킨 뒤, 학습된 모델에서 현재 시점부터 다음날에 대한 예측 결과를 산출하고, 이렇게 산출된 결과를 입력자료로 사용해 그다음 날에 대한 예측을 반복하는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2주, 3주 뒤와 같이 원하는 시간 규모의 예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딥러닝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일단 데이터에 대한 학습을 진행한 후에 학습된 모델을 통해 추론(예측)하는 과정에 매우 적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이다. 가정용 컴퓨터에서도 수초 이내에 지구 전체 기상 상태를 1개월 이상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슈퍼컴퓨터 가동에 소모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 이해하지 못했던 극한 기상현상의 발달 과정을 학습된 데이터의 상관관계로부터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계절 내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지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파의 발생 강도와 지속 기간을 한 달 전에 예측할 수 있다면 시설물 점검과 제설 장비 등 사전 대비를 할 수 있고, 에너지 수급에 대한 체계적 관리도 가능하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냉난방 수요가 증가할 때 각 가정과 회사는 필요한 자원을 미리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신재생에너지의 발전과 관련해 일조량과 풍속에 대한 예측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발전의 비율을 조정하고, 에너지 발전량 관리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 연구자로서 현재 진행 중인 딥러닝 기반의 기후 예측시스템 개발 연구가 기후변화 피해를 최소화해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출처: 조선일보 (링크)
우리나라에서만 年 488만마리 실험동물 희생… 아직은 인류를 위한 필연적 존재
우지완 KIST 연구동물자원센터 선임전문원 [과학 라운지] 동물실험 윤리적 측면 강조되며 韓, 실험 전 동물실험윤리위에서 사전승인 받도록 규제장치 의무화 ‘톰과 제리’ ‘미키마우스’ ‘라따뚜이’와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생쥐(mouse)는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생쥐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과학·의료기술 연구 현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을 대신해 생쥐를 연구개발 과정에서 활용하는 실험동물로 활용하고 있다. 실험동물은 실험의 목적에 맞게 동물의 생리학적·유전적 특성, 먹이, 새끼 수, 사육 환경 등을 맞춰 번식·사육·생산된 동물을 말한다. 이러한 실험동물로는 생쥐나 쥐 외에 기니피그, 햄스터, 토끼, 개, 고양이, 돼지, 원숭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류, 조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실험동물 사용량은 488만 마리로, 전년 대비 17.8% 증가하며 매년 사용량이 늘고 있다. 이 중 생쥐 사용량은 전체의 64.8%를 차지한다. 예로부터 인간 주변에서 함께 살아온 집생쥐(Mus musculus domesticus)는 신생대 초기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석기록이 있다. 기원전 1만 년쯤 인류가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쥐와 인간의 동거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인류와 오랜 시간 함께한 생쥐가 생명현상 연구에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909년 윌리엄 캐슬과 클래런스 쿡 리틀이 최초의 순종 생쥐를 개발하면서부터다. 이후 1921년 클래런스 쿡 리틀은 ‘C57BL(Black)’이라는 순종 생쥐를 만들었는데, 2002년 생쥐의 첫 번째 게놈 분석도 이 생쥐를 이용했을 만큼 현재까지 연구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생쥐를 실험동물로 많이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 유전자와의 유사성 때문이다. 생쥐는 인간처럼 약 3만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 중 약 80%가 인간의 유전자와 상동성을, 19%는 높은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유사성이 없는 유전자는 1% 미만에 불과하다. 1987년에 마틴 에번스와 올리버 스미시스, 마리오 카페키는 특정 목표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는 ‘녹아웃 생쥐’를 제작했다. 녹아웃 생쥐는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제거했기 때문에 해당 유전자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 활용될 뿐만 아니라 질병과의 연관 관계도 연구할 수 있다. 세 사람은 이 기술로 2007년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실험동물로서 생쥐의 두 번째 장점은 임신 기간이 3주 내외로 짧고, 한 번에 5~15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이뿐만 아니라 한 세대가 2~3년으로 매우 짧아 노화 연구나 의약품 효능 검증과 같은 연구에 적합하다. 최근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실험의 윤리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실험동물은 인류의 건강과 생명,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지만, 무제한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면서 우리나라도 학교와 국·공립연구기관, 의료기관, 기업 연구소에서 동물실험 전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제장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연구자들의 윤리의식 고취를 위해서는 3R(reduction, refinement, replacement) 운동을 통해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개체 수를 줄이고, 고통을 최소화하거나 가능한 경우 다른 실험으로의 대체를 권장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동물실험 자료 없이 의약품 허가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했다. 최근에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세포 배양 기반의 분석법, 오가노이드와 같은 3D 바이오 프린팅, 조직 칩, 미세생리 시스템, 컴퓨터 모델링 등 다양한 대안이 등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13년부터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의 수입, 유통, 판매를 금지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동물자원센터는 매년 4월 24일 세계 실험동물의 날에 실험동물 위령제를 개최해 인간을 대신해 고통을 겪고, 소리 없이 죽어가는 실험동물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그날까지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들의 희생을 매번 가슴 속에 새기면서 함께 있는 동안 마음을 다해 보살피고 있다. 출처: 조선일보 (링크)
[헤럴드시사] 과학기술계가 여성 인재에게 보내는 초대장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KIST 내부 게시판 글이 눈길을 붙잡았다. 지난 2월 6일 새벽, 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을 덮친 규모 7.8의 최악의 지진에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돕는 일이었다.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재앙 앞에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어 시작한 일이 아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18명의 튀르키예 학생이 있어 우리 일이다. KIST 구성원은 다국화하는 추세다. 글로벌 전략에 따른 당연한 모습이지만 연구 수행을 위한 연구자를 확보하는 궁리이기도 하다. 베이비붐 시대에 해마다 100만명 이상 태어났다. 앞으로 연구실을 채워가야 할 MZ세대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력 부족으로 아우성치는 타 분야와 다름없이 과학기술계도 어려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인재 유입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인재 확보 차원에서 글로벌화는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실효성 있고, 사회적 가치 창출도 가능한 효과적인 인재 확보 방안이 있다. 여성 과학자를 늘이는 방법이다. 전체 대학 입학자 중에 여성은 거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자연과 공학 계열 졸업생은 2021년 34%에 불과했다. 2018년 여성과학기술인력 실태조사로 확인한 여성 연구자 비율 20%와 10억 이상 연구 책임자 7%라는 숫자는 문제점과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먼저 문제점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공학 계열에서 여성의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자연 계열에서는 오히려 여성의 비율이 앞서지만 두 배 이상 정원을 가지는 공학 계열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입학생 중에 여학생 비중이 겨우 25%를 넘어섰다. 20년 전엔 10% 수준이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더 많은 여학생이 과감하게 공학 계열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숙제다. 두 번째 숙제는 시간에 따라 여성이 사회생활에서 이탈하는 현상을 일컫는 ‘새는 송수관(leaky pipeline)’을 극복하는 일이다. 이 두 문제 모두 근본에는 자녀 양육과 가사에서 불평등을 가져오는 ‘모성 장벽(maternal wall)’이 있다. 이 장벽을 넘는 일을 온전히 여성 연구자 개인의 몫으로 남겨둘 순 없다. KIST가 설립된 1966년 학위를 취득해 한국 최초의 여성 농학박사인 김삼순 박사도 동생의 시숙인 이태규 화학박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유학 길에 오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장벽을 낮추고 있는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정부, 사회는 물론 연구기관도 적극 나서야 한다. 여성 친화적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KIST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여성 과학자에게만 적용되는 특별 제도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빨리 쉽게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문제의 근본을 다루지 않는 대증요법이라는 생각이다. 남녀 구분 없이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라야 한다. KIST는 출연연 중 가장 먼저 재량근무제도를 도입했다. 연구원이 획일적인 근무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제도다. 연구에 적합하지 않은 52시간 제도에 대한 대응이기도 했지만 연구와 가정을 스스로 조절하고 양립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해마다 정량적 연구 성과로 연구자를 줄세우기식으로 평가했던 제도를 없앴다. 출산과 육아로 연구를 일시 중단하더라도 단기 평가에 대한 불안 없이 안정적으로 연구 현장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도 출산 휴가 후 평가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부담을 해소해주지는 못했다. 연구가 일정 워밍업 시간을 주면 원래 성능을 발휘하는 기계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출산, 육아, 휴직이 여성 연구자만의 제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남성 연구자도 신청하기 시작했다. 기존 제도와의 시너지 효과도 확인했다. 근본적 혁신이야말로 과학기술계가 여성 인재에게 보내는 최고의 초대장이다. 출처: 헤럴드경제 (링크)